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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의 걸그룹 골든걸스의 데뷔는 시작부터 수단이었습니다. 필자는 이들의 데뷔가 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평균 나이가 59.5세인 디바들이 걸그룹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미션 임파서블이었습니다. 이들은 감동과 위로를 전제로 한 단발성 예능 결과물로는 납득할 수 있었지만, 장기적인 예술 비전으로는 무리한 기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박진영이 발 벗고 나선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세대와 장르를 떠나 이들을 TV에서, 그것도 한 무대에서 다시 볼 수 있게 해 준 것은 분명히 박진영의 기획이 남긴 소중한 성과였습니다. 잊혀져 가던 가수들의 진수를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골든걸스의 데뷔 무대는 가치가 있었습니다. 단지 급조한 듯한 1차원적인 가사에 트렌드만 챙기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당면한 One Last Time의 그루브는 실시간으로 그들의 전성기를 지켜봐 온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과거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골든걸스는 개성과 자유 없이는 성립될 수 없는 존재들이었습니다. 합창과 군무는 그들과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한 무대에선 각자의 노래로 다시 설 넷을 기대하며, 골든걸스가 일궈온 155년 경력의 하이라이트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인순이는 밤이면 밤마다라는 곡으로 대중의 뇌리에 오래 남았습니다. 이 곡은 자신의 이야기 같았고, 비닐 장판 위의 딱정벌레와 선물도 중요하지만, 누가 뭐래도 밤이면 밤마다였습니다. 작곡가 김정택이 30대 초반에 쓴 이 곡은 빅밴드 브라스와 부기 우기 피아노, 일렉트릭 기타 솔로가 어울려 활기차게 옛 님을 그리워하는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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