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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온 소포

밤에 도착한 소포를 받고 문을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을 풀어 가면서 주름진 손마디가 묶인 소포를 발견한다. 어머니의 겨울 안부와 먼 길을 바쁘게 왔음에도 불구하고 해풍이 말랐다.

나는 혼자 울타리 없는 곳에 남아 빈 지붕만을 지키며 쓸쓸함을 느낀다. 두꺼운 종이로 싸고 또 싸서 무거운 포장물을 보내왔다. 포장지를 하나씩 벗겨내면서 서울의 생활에 낯설음을 느끼고 오래된 장갑과 버선이 내려앉은 무명실줄이 얽혀 있다. 마침내 한지더미 속에서 놀란 듯이 얼굴을 내미는 남해산 유자 아홉 개가 드러난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큰 집 뒤편에서 따온 유자를 잘 보내왔다고 한다. 추운 겨울에 먹을 수 있도록 잘 다루라는 어머니의 말씀은 고생이 많았다. 봄이 오면 일이 더욱 바빠질 터이다. 하지만 사람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참고 일에 몰두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며칠 전 받은 소포의 종이를 다시 접고 펼쳐보았다. 남향을 향한 문을 닫지 못하고 부드러운 쥐눈이 손 위로 떨어진다. 실감이 나지 않게 밤새도록 종이를 다시 접었다 펼치며 생각에 잠긴다.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 날 밤 소포를 받은 후로 많은 일이 있었다. 익숙한 소포를 받았을 때와는 달리 이 소포는 늦게 도착한 것이었다. 어머니께서 뿌린 친절한 손길과 따뜻한 마음이 늘 생각나곤 한다. 그 소중한 선물과 함께 온 유자 아홉 개가 도착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감동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크고 강해져야 한다. 따라서, 소포를 통해 받은 어머니의 사랑과 애정을 잊지 않고, 어려운 일을 직면하더라도 용기를 내어 극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만 늦게 도착한 소포가 가진 의미를 완전히 깨닫고 소중히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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